2. 디센트 영화감상문 후기
2. 두번째 영화 디센트 (2005, The descent)
디센트에서 괴물은 영화가 시작하고 한 시간이 거의 다 돼서야 모습을 드러낸다.
그 전까진 친구들 사이의 대화나 사소한 갈등, 동굴탐험에서의 긴박한 상황전개를
보여주는 것에 주력하는데, 이는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한 합리와 개연성을 부여한다.
마치 활시위를 팽팽하게 잡아당긴 상태로 한시간을 보낸 후,
더 이상 견딜 수 없을만해졌을 때, 본격적인 파국으로 옮아가는 형국이다.
진땀나는 고생을 지켜보는 동안 관객들의 시점은 주인공들의 그것과 일치된다.
이윽고 드러나는 괴물의 형체는 디지털 캠코더의 시선을 통해 비춰준다.
<프린스 오브 다크니스> 나 <링>의 경우에서 목격했듯이 기록필름의
객관적 시선은 공포를 일으키는 매우 효과적인 장르문법이다.
이 미칠듯한 패닉의 순간에는 놀라운 연출의 공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
그 와 별도로 배우들의 열띤 호연 역시 큰 역활을 하고 있다.
실제로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닐 마샬 감독은 당일 촬영이 진행되기 전까지
배우들에게 괴물의 메이크업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.
관객들이 처음 괴물을 목격한 순간 배우들도 처음 괴물을 목격한다.
우리들은 그 소름끼치는 경험을 배우들과 함께 공유했던 것이다.
이 놀라운 영화가 더욱 쇼킹한 건 애비가 없기 때문이다.
<디센트>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똑 떨어진 감처럼 직접적인 맥류없이
등장한 장르영화의 걸작이다.
닐 마샬 감독의 전작인 <독 솔져> 도 훌륭했지만, <디센트>의 출연을 감지해낼 만큼
직접적인 힌트는 되지 못했다.
물론 언론이나, 평단의 호들갑처럼 <디센트>의 모든 화법과 코드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.
선대 영화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은 기색이 역력한 <디센트>는 오히려 새로운 것이라곤
눈꼽만큼도 없는, 압축된 줄거리만 들으면 섣부른 예측과 상상을 하기 쉬운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.
(산 속에 놀러간 한 무리의 여자들이 동굴에 갇힌 채 미지의 생물에게 도륙 당한다.)
하지만 과거 걸작 공포영화의 흔적과 흐름이 영화 구석구석에 화석처럼 남아있을망정,
<디센트>는 분명 그 자체로 이 케케묵은 장르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며
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해줄만한 도전적 영화다.
(사진발췌 :: 네이버 영화)
<디센트> 의 진짜 위협적인 존재는 외부가 아닌 내부,
즉 주인공 일행의 관계 속에 도사리고 있다. 우정을 가장한 죄책감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.
주인공 사라와 주노가 겪고 있는 이 같은 갈등관계는 영화의 핵심적인 주제이기도 하다.
한 마디로 <디센트>는 죄의식에 관한 영화다.
중반을 훨씬 넘겨서야 등장하는 괴물들은, 어쩌면 리더의 위치를 위협받는 주노의 위기감과
죄의식이 형상화 된 위협일지도 모른다.
이것은 결말에 이르러 사라의 죄의식으로 옮겨간다.
주인공들은 스스로 만들어낸 무간지옥 속으로 걸어들어갔고, 영원히 나올 수 없다.
:: 디센트 참 재밌게 본 영화인데요,
못 보신 분들 한번쯤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.
2005년 개봉작이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제겐 무게감 있는 영화로 기억되고 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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